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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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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 불빛에 빠지다 세느강 불빛에 빠지다 손헌숙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속에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괴로움에 이어 옴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머문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면 우리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난(蘭) 난 / 손헌숙 깊은 계곡 바위에 팅겨나온 안개의 잔상 뉘라, 가련한 여인이라 할꼬 장부의 골격이 너만 하리 비바람 마른 땅에 뻗어나온 녹색의 정결함이 풀빛하늘을 펼쳤네 모시 끝자락 개나리 꽃잎 물든 세 폭 호미 끝에 묻어나는 어미의 마음이리라 깊은 눈빛 화선지 담묵(淡墨)으로 담..
시 한편 소개합니다 ♤벽시계 / 김형수 (2014년 미래시학 등단) 폐가 마루 벽 벽시계는 세상을 뜬 마지막 시간을 적어 놓았다 죽을 때까지 일대기를 쓰고 간 벽시계는 이제 잠잠하다 한 때 집안의 중심이 되어 시간의 앞에서, 혹은 뒤에서 시간을 호가호위하며 온 집안을 호령하고 댕댕거리며 학교를 보내고 밥..
해넘이 시인 등단 후 처음 請託받아 화성시 나래울 관보에~~~
가을을 戀慕(연모)하다 가을을 戀慕(연모)하다 / 손헌숙 숨막히던 태양의 정열이 두툼한 잎새를 세워 찬서리의 경망함을 나무라 듯 나뭇가지를 흔듭니다 하얗게 가늘어져 진 머리카락 한 켜 더 올라 간 세월에 짧게 자른 손톱의 빠른 성장이 두렵습니다 아가의 살갗보다 더 투명한 하늘 향해 만삭의 몸을 뒤적이..
발광(發光)의 만남 발광(發光)의 만남 손 헌 숙 삼월바람 가슴팍 손수건 간지리며 코흘리개 훌쩍, 밥풀떼기 붙여 놓고 아장거리는 펭귄들 바지춤에 장난질 뒷다리 꼿꼿이 세워 애꿎은 날개만 퍼덕 커져가는 흰자위 날아든 남극제비 첫 만남, 설렘은 아니어요 달그림자 쫓겨 신작로 내달리다 싸리문 삐걱 소..
지바고의 열차 지바고의 열차 손헌숙 은빛 비늘 이어진 봉우리 펼쳐진 백색 융단 되돌림 빛깔 눈부시고 치솟은 미로의 모습 태고의 속삭임 절벽 아래로 던져진 흰색 비단 한 필 허물어진 신전의 돌기둥 골짜기마다 산허리 받쳐 휘어진 능선 내어주고 길 따라 피어난 매혹의 꽃 잔치 면사포 살포시 고개 ..
거울 앞에서 <거울 앞에서> 손 헌 숙 별빛 쏟아진 은쟁반에 눈이 부시다 마치 레미제라블을 공연하듯 지친 영혼의 만물상 눈물을 뚝뚝 흘리는 고해 번쩍이는 섬광의 혼돈 자애로운 눈빛 영혼과 육신은 나의 것 내 평화 네게 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