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 더미 >
한 사내가 죽어서 영혼이 연옥으로 끌려갔다. 천사가 이끄는 대로 들판으로 나가 보니 거대한 십자가 더미 하나가 나타났다. 천사가 그에게 말했다.
"내가 그대를 천당으로 데려가자면, 먼저 그대가 이 십자가들을 저 멀리 보이는 언덕까지 모조리 옮겨 놓아야만 하오."
사내는 낙담하여 고개를 흔들었다. 십자가는 엄청나게 많은 데다, 옮겨 놓아야 할 언덕도 까마득히 멀어 보였다. 게다가 십자가는 한 번에 하나씩밖에 옮길 수가 없으니 일을 끝내자면 오랜 세월이 걸릴 판이었다. 사내가 불만을 토로했다.
"도무지 모르겠군요, 나는 지상에 있으면서 그런대로 훌륭한 삶을 살았고 질 십자가도 다 졌다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이 많은 십자가를 또 져야 한다니, 대체 어떻게 된 노릇입니까?"
그러자 천사가 대답했다. "사실, 그대가 훌륭한 삶을 살았고 져야 할 십자가를 다 졌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 못할 거요. 하지만 선생, 이 십자가들은 그대가 지상에 있을 때 불만을 토로한 바로 그 십자가들이오.
그대가 불만 속에 걸머진 십자가는 이곳 연옥으로 넘어와 그대가 죽은 후에 다시 한 번 걸머지도록 되어 있는 거라오."
천사의 설명을 들은 사내는 그제야 알아듣고서 거대한 십자가 더미에서 십자가 하나를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지상에 있을 때 이 모든 십자가를 불평하지 않고 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 앤드류 마리아 < 이야기 속에 담긴 진실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