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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별이日常

이성주의 건강 편지 G20회의를 맞으면서

제가 경제 전문가가 아니어서 쉽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아시다시피 G20 정상회의는 대표적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합쳐 20개 나라의 정상이 모여 지구촌 경제 문제를 풀 방안을 찾는 회의입니다.

 
세계 경제는 2008년 말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시장 역할을 하는 미국은 자국에서 무역 적자가 쌓여 '세계의 시장'이 잘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지구촌 경제가 얼어붙었다고 주장합니다. 며칠 전까지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가 환율을 조작해서 값싼 물건을 수출하면서 떼돈을 벌고 있다”면서 “어떤 나라는 무역으로 큰돈을 벌고, 어떤 나라는 손해만 보는 것이 지구촌 경제위기의 본질”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3일 자국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이유로 6000억 달러를 시장에 풀면서 다른 나라들로부터 “환율로 인한 불공정을 말할 자격이 없다”는 비난을 받게 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초대 재무장관 해밀턴이 고안한 방법대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흐르게 해서 문제를 해결하곤 했습니다. 이를 ‘양적 완화’라고 하지요. 그러나 시장에 달러가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돈 가치가 올라가고 덩달아 다른 나라 상품 값도 올라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다른 나라가 미국의 양적 완화를 환율 조작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어쨌든 G20 정상회의는 이와 같은 세계 각국의 무역 불균형과 환율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룹니다. 또 금융 투기꾼들의 탐욕이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점에서 금융안전망을 갖추는 방법을 찾습니다. 이번 서울 G20에서는 선진국 위주로 운영돼온 국제통화기금(IMF)에 개도국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지구촌 통화 위기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법도 논의합니다. 세계 각국의 무역을 더욱 더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도 찾습니다.
 
그런데 한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집이 더 고통을 받듯이,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나라가 더 휘청거립니다. 특히 이번 G20에서 우리나라는 지구촌의 빈부 차이를 줄이는 방법을 이끄는 데 주축역할을 하게 됩니다. 개발도상국을 발전시킬 방법을 찾는 것인데 이를 ‘개발 이슈’라고 부른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가난한 나라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주자”고 주장했습니다.
 
어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명박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냈다고 합니다. 교황은 “G8이 아닌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에서 G20 회의가 열리는 것은 한국이 상당한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미국 워싱턴DC와 피츠버그,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 등 선진국 도시에서만 개최됐지요.
 
교황은 또 “인간 존엄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몇몇 나라가 과실을 따먹는 결론은 곤란하며 ‘상식적 합의’를 통해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할 해법이 채택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교황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G20 의장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교황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것이 자랑거리일 수만은 없지요. 이번 G20 정상회의가 인류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증거로 보는 것이 합당하겠지요. 의장국인 우리나라는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G20 정상회의는 본질적으로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잔치가 아닙니다. 물론 부수적으로 그런 효과가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축제와도 거리가 멉니다. 지구촌의 대표들이 인류의 고민을 함께 푸는 치열한 자리입니다. 각국 정상들이 자국의 이익에서 한 발짝 물러서서 현명한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수많은 지구인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그런 회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G20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이정표가 되는 회의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되기를 빕니다. 승용차 2부제에 동참하는 것도, 교통 불편을 어느 정도 감내하는 것도 이런 뜻 깊은 일에 작은 손을 얹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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