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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읍천 벽화마을




읍천항은 벽화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니고 있다


 

아름다운 벽화로 치장한 벽면의 모습.

읍천벽화마을은 경주시 양남면에 자리한 자그마한 어촌이다. 월성원전 바로 아래다. 별 주목을 받지 못 했던 이 어촌은 벽화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경주의 숨은 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마을의 벽화는 대개 월성원전 주최로 열린 '그림 있는 어촌마을 벽화공모전' 참가자들이 그린 것들이다. 이 행사는 지난 2010년~2011년 2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1차 52팀, 2차 70팀이 선발돼 마을에 그림이라는 분을 칠했다. 현재 벽화의 수는 130개쯤 된다. 이 벽화 중 일부는 정식 참가자의 작품이 아닌 것도 있다. 개인적으로 따로 일정을 내어 홀로 외롭게 그림을 그리고 가는 이들도 간혹 있다. 그림은 해안을 따라 늘어선 거의 모든 집과 담벼락마다 그려져 있다. 읍천항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부터 북으로 약 1㎞ 넘게 벽화가 릴레이를 한다. 때로 벽화는 마을의 골목 안으로 들어가 좁고 어두컴컴한 그 안을 밝게 비추기도 한다.

수많은 팀들이 그린 것 답게 그림은 주제도 다양하다. 바다에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이 마을 사람들을 위로하는 해녀그림이 있는가 하면, 마치 세상과는 무관하게 환상 속에 빠져 사는 듯한 여성그림도 있다.





어촌 경주 양남면 읍천리의 벽화 모습.

그 주제가 무엇이든 간에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여기 그려진 그림치고 대충 그린 그림은 한 점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결국 그 그림들 속에서 읽히는 느낌은 모두 따뜻하다는 사실이다. 바지를 발목까지 내린 아이가 '고추'를 내놓고 소변을 보는 장면에서만 양쪽 입 꼬리가 올라가는 게 아니다. 매화가 활짝 핀 그림에서는 봄이 곧 다가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고,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창고의 해돋이 풍경에서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오르며 소원을 빌게 된다.

읍천 주민들은 그림 때문에 마을이 활기를 띤다며 대부분 반색하는 분위기다. 말을 섞을 사람이 많아진 탓이 크다. 하지만 동네 개들은 도무지 낯선 발걸음이 마뜩치 않은 모양새다. 그림을 찾아서 골목에라도 들어설라치면 제법 경계를 하며 짖어댄다. 주인의 말 한마디에 이내 '끄응'하며 불만을 삼키고 말지만.

거리는 벽화로 인해 변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풍경은 분명 있다. 한결같이 곁을 지키는 바다다. 마을 주민들은 변함없이 바다로 나가 생을 위한 그물질을 한다. 밤이면 바다를 밝히며 그물을 던지고, 동이 트기 전에 그것을 거둬들여 포구로 들어온다. 동해의 높은 파도와 밤새 씨름한 주민들은 방파제 안으로 배가 들어와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고기를 많이 잡았거나 적게 잡았거나 그것은 나중 일이다. 다만 무사히 돌아온 것에 감사한다.

 

 

 

읍천 주상절리는 부채꼴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읍천에는 벽화 외에도 명물이 하나 더 있다. 주상절리다.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모양으로 굳은 것을 말한다. 주상절리는 수직으로 높이 형성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읍천의 것은 수평 주상절리다. 이런 형태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경우다.

이곳의 주상절리는 읍천항에서 남쪽으로 약 500m쯤 내려가다 보면 좌측 해안에 있다. 쿠페모텔이 보이는데, 그것을 끼고 내려가면 나온다. 본래 군사지역으로 통제가 되던 곳이다. 이 주상절리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군사지역이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러나 읍천주민들은 주상절리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주민들끼리는 이 주상절리를 '재돌'이라고 부른다. 다만 희한하게 생긴 바위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그리 중요한 지질인 줄 몰랐을 뿐이다.

읍천 주상절리는 부채꼴처럼 생겼다는 것도 특징이다. 마치 바다 위에 부채 하나를 활짝 펼친 듯 보인다. 어찌 보면 꽃이 만개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재 이 주상절리는 아무런 문화재로도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경주시가 답사 끝에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공원을 조성키로 했다는 소식이 최근 들린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 마땅한 것이지만, 자칫 난개발로 흐르지나 않을까 살짝 우려되기도 한다.





한 노인이 바다에서 갓 잡아온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한편, 전 지역이 박물관이나 다름없는 경주에는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이 읍천벽화마을 가까이에 있다. 북쪽으로 월성원자력단지 너머에 대왕암, 감은사지, 이견대 등이 모여 있다. 이 모든 유적은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과 연결되어 있다. 통일대업 후 고작 5년만인 681년 사망한 문무왕은 죽어서 용이 되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고자 했다. 그의 유언을 받들어 아들인 신문왕은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박힌 커다란 바위 위에서 부왕의 유골을 장사지냈다. 이 바위가 대왕암이다. 밀물 때면 자그마한 바위가 툭 튀어나온 형태지만, 썰물 때면 작은 바위들이 그 주위를 두르고 있음이 보인다. 마치 왕을 호위하는 무사들 같다. 문무왕은 불심으로 왜구침입을 막기 위해 생전에 감은사를 짓기 시작했으나 완성하지 못했다. 공사는 그 아들인 신문왕이 이어받아 마무리했다. 신문왕은 동해의 용이 된 문무왕이 드나들 수 있도록 본존불을 안치하는 금당마루 밑에 공간을 두었다. 감은사 바로 앞으로 흐르는 대종천이 동해와 연결된다. 만약에 문무왕이 진짜 용이 되었다면 이 물길을 통해 왕래했을 것이다. 현재 감은사지에는 건물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국보 제112호로 지정된 두 개의 탑만이 마주보며 서 있다.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도로 경주IC→서라벌대로→배반사거리에서 울산, 불국사 방면→외동읍에서 양남, 입실리 방면 좌회전→외남로 따라 계속 직진→양남사거리에서 좌회전→읍천리.

먹을거리: 읍천리 음식점은 대부분 횟집이 주를 이룬다. 읍천리에서 남쪽으로 약 1.5km쯤 가면 하서리에 초도아귀찜(054-749-4001)이 있다.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아귀찜이 매콤하면서도 뒷맛이 담백하다. 인근에 한식집이 더러 있다.

잠자리: 읍천항에서 주상절리 방면으로 내려가다보면 스위스모텔(054-774-4730), 해뜨는집모텔(054-774-9462), 쿠페모텔(054-774-3511) 등 숙박시설이 많다.

문의: 경주시 문화관광과 054-779-607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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