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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ghbor/모음 글

이성주의 건강편지에서

품격 있는 사회를 위하여

 


의학에서는 품성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격장애라고 합니다. 사람의 인격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전하는데, 이것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인격이 모나거나 미성숙한 것을 가리킵니다. 노이로제 환자가 자신에게 지나치게 신경 쓰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기 때문에 ‘신발 속의 돌(A Stone in the Shoes)’이라고 부르는 반면 인격장애는 대체로 자신은 불편한지 모르지만 주위 사람이 괴롭다는 점에서 ‘마늘 애호가(Lover of Garlic)’라고 부른답니다.

최근 몇 차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격장애인 사람이 유난히 많은 사회입니다. 정신의학자들은 어릴 때의 과보호나 방임이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설명합니다. 인격을 신경 쓰지 않는 성적최고주의, 밥상머리 교육의 실종 등이 사람들이 건전한 품성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공영방송의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속물(俗物)근성이 미화되고 천박함이 깊은 품성을 압도합니다. 겉으로는 성범죄와 폭행에 대해 개탄하면서 매일 성과 폭력에 관한 메시지를 반복 생산해서 시청자들을 자극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내보내는 메시지는 롱다리, 외모, 섹시함, 이런 것들 아닌가요?

왜 공영방송만 욕하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다른 미디어와 달리 공영방송은 공공성이 생명이고 자본주의의 모난 부분을 다듬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PBS는 시청률이 너무 높게 나오면 “우리가 대중에 영합해서 공익성을 저버리지는 않았나” 회의를 한다고 하지요? 공영방송이 대중문화의 속물화를 막는 중화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면, 철모르는 소리일까요?

속물적 대중문화가 브레이크 없는 권력처럼 돼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말썽꾸러기 탤런트 린제이 로한이 구속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음주운전에 뺑소니가 의심스러운 탤런트가 아무 탈 없이 법망을 빠져나갔지요? 표절한 노래를 부른 가수도, 군 복무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도 아무 탈 없이 TV에 나오고 있지요? 잘 생기거나 예쁘면, 인기만 있으면 용서가 되는 속물주의가 건전한 상식을 질식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사람의 인격, 사회의 품격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더 늦기 전에 말입니다. 속물주의를 몰아내고 훌륭한 사람들이 존경받는 품격 있는 사회를 만드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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