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창작시

발광(發光)의 만남

 

 

발광(發光)의 만남

                               손 헌 숙      

 

삼월바람

가슴팍 손수건 간지리며

코흘리개 훌쩍, 밥풀떼기 붙여 놓고

아장거리는 펭귄들 바지춤에 장난질

뒷다리 꼿꼿이 세워 애꿎은 날개만 퍼덕

커져가는 흰자위 날아든 남극제비

첫 만남, 설렘은 아니어요

 

달그림자 쫓겨 신작로 내달리다

싸리문 삐걱 소리

가던 길 돌아 다시 그 자리

눈치 없는 달님은 깍지손등 앞서가고

재 너머 작은 방죽 개 짖는 소리

짝 잃은 검정고무신 찾아 허둥대기

첫 사랑, 달콤함은 아니어요

 

큰 마당 흙 날리며

깨끔뛰기

메뚜기 *마때 치기

내려앉은 눈꺼풀에 겹겹 쌓이는 얼굴

 

육십갑자 되돌아 마주한 동갑내기

 

        *마때 : 자치기의 경상도 방언 

 

'life >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넘이  (0) 2016.01.14
가을을 戀慕(연모)하다  (0) 2015.12.05
지바고의 열차  (0) 2015.09.30
거울 앞에서  (0) 2015.02.04
모리화의 戀情  (0) 201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