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發光)의 만남
손 헌 숙
삼월바람
가슴팍 손수건 간지리며
코흘리개 훌쩍, 밥풀떼기 붙여 놓고
아장거리는 펭귄들 바지춤에 장난질
뒷다리 꼿꼿이 세워 애꿎은 날개만 퍼덕
커져가는 흰자위 날아든 남극제비
첫 만남, 설렘은 아니어요
달그림자 쫓겨 신작로 내달리다
싸리문 삐걱 소리
가던 길 돌아 다시 그 자리
눈치 없는 달님은 깍지손등 앞서가고
재 너머 작은 방죽 개 짖는 소리
짝 잃은 검정고무신 찾아 허둥대기
첫 사랑, 달콤함은 아니어요
큰 마당 흙 날리며
깨끔뛰기
메뚜기 *마때 치기
내려앉은 눈꺼풀에 겹겹 쌓이는 얼굴
육십갑자 되돌아 마주한 동갑내기
*마때 : 자치기의 경상도 방언